In the Labyrinth 2호점

“날씨가 좋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릴 만큼 창문 밖으로 언뜻 보이는 날씨는 매우 좋았다. 오늘은 왠지 생각보다 더 기분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에~뭐야 타마오. 오늘 왜 이렇게 차려입었어?”

“차려입다니, 무슨 말이야. 평소랑 다를 것도 없는데.”

현관 거울 앞에서 옷깃을 정리하는데 옆을 지나가며 누나가 말을 건다. 차려입다니, 별로 그런 것도 아닌데. 대충 얼버무리며 괜히 거울에 시선을 집중하니 어째선지 누나는 평소보다 더 진득하게 달라붙어왔다.

“에에? 얼굴 빨개졌어, 뭐야 진짜 오늘 무슨 날인거야? 혹시..데이트?”

“-그, 그런 거...”

데이트라니 말도 안 된다. 그냥, 오늘은 학교에 친한 후배의 외출에 초대받았을 뿐. 그래, 그냥 그런 별 것 아닌 일일 뿐이다. 언제나 친하게 지내고 있는 학생회의 귀여운 한 학년 후배. 어째선지 모두에게 밤비라고 불리는 듯 한 그녀가 저번 주 주말에 전화를 해 같이 외출 하지 않겠냐고 물어왔을 뿐. 딱히 예정도 없었기에 냉큼 그러겠다고 했다. 그 뿐이다. 그래, 그냥 그런 별 것 아닌 외출 약속. 하지만 누나는 내 이런 생각과는 상관없이 수선을 피우기 시작했다.

“진짜?! 누구? 어떤 여자? 같은 학교? 학생회?”

“그냥-누나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니깐.”

성가시다. 아직 약속 시간은 꽤 남았지만, 일찍 나가버릴까 고민되기까지 한다.

“흐응...하지만 여자애랑 약속인거면 데이트 맞지 뭘 그래? 타마오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이런 날이라니, 이런 날이란 게 뭐야...”

“잘해봐? 그리고 요즘 그런 셔츠는 단추 두개 정도는 풀고 깃도 세우는 게 유행이래.”

그 말을 끝으로 누나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뭐야, 유행이라니...별로 그런거엔 관심도 없고...유행이라는 것, 꼭 지키고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그런건 어울리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

그냥 살짝 안경을 치켜 올리곤 잠깐 방에 가서 책을 읽을까 고민한다. 어차피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까. 그러나 갑자기 문득 저번 달에 그녀가 유행하던 검은색 타이트스커트와 귀걸이를 하고 데이트에 온 것이 생각났다. 평소엔 별로 관심을 같지 않던 패션이나 그런 종류의 것임에도, 왠지 그녀가 입고 있으니 조금 더 관심이 갔다.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긴 그녀라면 무엇을 입어도 어울릴 것 같긴 하지만. 동시에, 나를 만나러 오는데 거기까지 신경을 쓰는건가-하고...조금은 귀엽다는 생각과 함께...함께.,.뭐였지? 정신을 차려보니 멍하니 거울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으음...살짝, 단추를 두 개 풀어본다. 깃을 올리는 것 까지는...용기가 나지 않는다. 음...나쁘지...않은가? 하지만 역시 너무...허 한 느낌이 드는게...다시 단추를 다 잠가버린다. 그래, 역시 옷은 단정한 것이...하지만 조금 전만해도 멀쩡해보이던 옷이 갑자기 좀 답답해 보이는 기분이 든다. 뭐지? 아니, 하지만...다시 단추 두 개를 풀어본다. 이번엔 깃도 한번 세워본다.

“으응...너무...좀...”

패션이란 건 이해를 잘 못하겠다니까..이런 게 뭐가 좋다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역시 이런 건 모델이나, 그런 류의 사람들이 해야...

다시 원상태로 돌린다. 그리고 빙글 발걸음을 돌려 방으로 향한다. 누나는 왜 괜한 말을 해서...책이나 읽다가 천천히 나가야지.

이제 슬슬 나갈 시간이다. 다시 현관으로 가는데 또 거울이 눈에 띄었다. 단정하다. 그래, 이렇게 가자. -하지만...

‘유행이래.’

자꾸 누나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고, 동시에 저번 달 귀엽던 그녀의 모습도 떠오른다.

나는 단추를 두 개 풀었다. 잠갔다. 풀었다. 잠갔다.

“...뭐하는 거야 타마오?”

“헉?! 누, 누나?”

“아까부터 단추를 풀었다 잠갔다.”

“이..이건 그냥...”

누나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은 뒤에 주방으로 가버렸다. 아아...분명 이걸로 한 달은 놀릴게 뻔하다.

“근데 타마오-약속 10시라고 하지 않았어?”

주방에서 나지막히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맞다. 약속은 10시...버스정류장-인데...시계를 보니 달려가도 5분은 늦을 시간이 되어 있었다. 단추 하나에 시간을 얼마나 들인거지 나는-허겁지겁 신발을 신는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셔츠의 단추를 하나만 풀었다. 

보내신다고 글 올리신지 하루만에, 그것도 아침 10시에 택배가 뙇!!!!!!

아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효시님이 하신거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려주세여 효시님...ㅋ..ㅋㅋ

그리고 뜯어보니.......아랏상가 뙇!!!!!!!!!!!!!!!!!!!!!!!!!!!!!!!!!!!!!!!!!!!!!!!!!!!!!!

자......잘생겼어!!!!!!!!!!!!!!!!!!!!!!!!!!!!!!!!!!!!!!!!!!!!!!!ㅠㅠ

꼬집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 최애캐 아라시라고 일부러 아라시로 보내주신덧ㅠㅠ

으앙 아랏상 잘생겨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감사합니다 꼬집님!!!

오왕굳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랏상..헉헉

이걸로 나도 굿즈가 늘어나고 있땈ㅋㅋㅋㅋ

셋째 주 일요일, 하바타키 학원의 유도부실.

“이게 얼마 만에 셋이 모이는 거야? 그것도 유도부실이라니.”

“...4달..아니, 거의 반년만인가.”

밤비의 탄성에 아라시는 무덤덤히 날짜 계산을 했다. 아라시와 밤비가 일류 체대로 진학하고 나서 맞는 첫 여름방학. 각각 따로따로 만난 적은 많지만 이렇게 세 명이서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밤비는 신난 모양이었다. 거기다 장소는 그리운-니이나에겐 전혀 그리운이 아니었지만-유도부실이었기에 더 흥분한 것 같았다.

셋째 주 일요일. 아라시와 밤비는 OB로써 합동연습을 보러 온 것이었다. 아라시는 감회가 새로웠는지 꽤나 만족한 표정이었다. 아라시와 밤비-유도부 초대 창립멤버인 둘이 온 만큼, 연습이 끝난 뒤엔 니이나가 부원들을 모두 일찍 돌려보내고, 셋만 남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먹을 것도 놔두니까 진짜 점심시간 같고!”

미리 사가지고 온 과자나 잡다한 군것질거리를 펼쳐두자, 학창시절이 생각났는지 밤비는 기쁜 듯 쫑알거렸다. 니이나는 신난 밤비를 흘끗 봤다. 지나치게 신나 있잖아, 어이.

“흐응-반년만인가. 그건 그렇고 아라시 씨는 좋겠네, 맨날 둘이 만나는 거 아니야?”

“그렇지도 않아. 학부가 다른걸.”

가시가 서 있는 니이나의 말이었지만 밤비는 눈치도 못 챘는지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대답한건 밤비뿐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주일에 세네번은 보잖아. 공강 있으면.”

빠직.

태연한 표정의 아라시의 말에 니이나는 집어 물려던 스틱형 초콜렛을 자신도 모르게 박살냈다. 물론, 예상 못한 건 아니었긴 해도...일주일에 세네번이라곤 말하지만, 주말 빼면 5일, 5일 중에 세네번이면 거의 매일 아니냐고!!!

하지만 대놓고 화를 낼 순 없었던 니이나는 으스러지고 남은 초콜렛 과자를 으적으적 전투적으로 씹어 먹었다. 아라시씨를 존경하고 있다. 친형과도 같고. 하지만 밤비가 얽히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야기가 다르고말고. 둘이 같은 대학으로 진학할 때 물론 각오한 일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그것도 아라시에게 저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듣는다는 것은 상당한 정신적 데미지가 오는 일 이었다.

최근엔, 상당히 진지하게 진로를 바꿀까도 고민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으적 으적 으적-이미 과자는 가루가 된지도 오래됐건만, 니이나는 그칠 줄 모르고 분노를 담아 씹다가, 혀를 깨물 뻔하기까지 했다.

“아라시, 흘렸어.”

“아, 미안.”

“정말이지, 애도 아니고. 후후.”

게다가 저건 뭐지? 아라시씨가 먹다가 옷깃에 부스러기를 흘리자, 손수 털어주기까지. 뭐야, 저건 신혼부부냐? 신혼부부야? 

“저기, 니이나?”

“아, 응?”

밤비가 갑자기 불러 퍼뜩 정신을 차린 니이나는 밤비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이번엔 크림빵이 손아귀에 찌부러져 크림을 손등 위로 꿀럭꿀럭 뱉어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딴 생각하다보니까.”

“그래?”

밤비는 깔끔하게 그래? 하고 끝내버렸다. 뭐-야. 나는? 나는 안 닦아줘? 난 안 닦아주는 거야?

이상하다. 예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가 세 명 사이에서 흐르고 있었다. 니이나는 알 수 있었다, 바뀐 건 저 둘이었다. 틀림없다. 하긴, 자신은 그대론데 분위기가 바뀌었다면 남는 건 둘 밖에 없지 않은가. 단 하나 니이나에게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건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 이었다. 둘 사이엔 아직 아무것도 없는 게 분명했다. 그냥 예전이랑 똑같은 사이-단지 그렇다면 바뀐 것은...둘 중에 하나.

아라시가 바뀌었다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아라시가 바뀐다면 더 무엇이 바뀌겠는가. 그것이 여태껏 니이나에게 남아있는 티끌 같은 불안감이었다.

‘아라시씨는 밤비쨩을 좋아한다.’

그건 이미 옛날에 확정된 사실이었다. 아라시씨는, 안 그런 척 능구렁이 같은 얼굴 하고 있지만 그런 것 이미 옛날부터 뻔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라시는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단 한걸음도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았다. 니이나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였다.

뭐야, 그게. ‘연상의 여유’란 건가? 아라시씨는 그 자리에 그대로, 밤비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상대가 연하인 나이기 때문에? 난 어차피, 1년 동안 둘과는 떨어져 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아니, 그것도 아닐 것 이다. 분명히, 아라시씨는 우리 셋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그런, 하찮고 무른 생각 하고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바뀐 건?

“니이나.”

“아, 응.”

“아까부터 뭐해? 멍하게.”

밤비가 이제야 조금 걱정이 된다는 듯 한 표정으로 니이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별로, 손이나 씻고 와야겠네. 잠깐 나갔다 올게.”

“응.”

니이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유도부실에서 나갔다. 사실은 자리를 1초도 뜨고 싶지 않았다. 저 둘만 남겨두기는 싫었지만, 손이 끈적한 채로 있을 수도 없었고 잠깐 머리를 식히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아...”

차가운 물이 손에 닿으니까 뭔가 머리마저 차가워지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임시방편일 뿐이겠지. 다시 돌아가, 아라시씨와 웃고 있는 밤비의 얼굴을 보면 머릿속이 뜨거워질게 뻔한데.

손을 닦고는 니이나는 유도부실로 향했다.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는데 허무하게도 유도부실엔 밤비 혼자 창문 밖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아라시씨는?”

“아, 니이나. 왔어?”

“응. 아라시씨는?”

재차 묻자 밤비는 살짝 눈을 깔고는 잘 모르겠어, 라고 대답했다.

“잠깐 볼일이 생겼다고 갔다 온대. 어디냐고 했는데 말은 안 해줬어.”

“...근데 안 따라갔어?”

“니이나가 왔는데 아무도 없음 안 되잖아.”

그 말은, 따라가고는 싶었는데 나 때문에 못 따라갔다-이 말이군.

바뀐 것은 다름 아닌 밤비였다. 저울이 기울어진 것 이다. 어찌 보면, 가장 최악일지도 모르겠다고 니이나는 생각했다. 아라시도, 니이나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무언가가 바뀌었다. 무언가, 밤비의 무엇인가가.

그것은 왜일까, 여태까지 견고히 중심을 유지해오던 저울이 어째서 기울기 시작한 걸까? 아라시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건, 내가 한 살이 어리기 때문에? 내가, 아라시씨보다 떨어져있으니까?

니이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밤비를 가둬버렸다. 그것도 눈치 못 챘는지 밤비는 창문 밖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라시씨, 기다리는 거야?”

“응? 어..니이나?”

귓가에 속삭이자 그제야 밤비는 상황을 깨달은 듯 했다. 언뜻, 불안감과 동시에 무언가가 밤비에 눈동자에 스쳐지나갔다. 니이나는 그게 뭔지 알고 있었다.

“...예전, 기억나는 거야?”

“니이나, 장난치지 말고.”

“맞아, 예전에도 이런 일 있었지.”

1년 전이던가, 그때도 그대로 이 유도부실이었다. 아라시가 오기 전에, 문득 솟은 질투심을 제어하지 못한 니이나는 그대로 밤비에게 풀려고 했었다. 타이밍 좋게도 아라시가 와서 멈춰줬지만, 그때 니이나는 확실히 알게 된 것이었다, 아라시도 역시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자조적으로 니이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숙여 밤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근데 어떡하지? 그때도 그렇고...지금도 난 장난치는 거 아닌데.”

“니이나...?”

“아라시씨가 좋은 거야?”

잠깐 눈을 굴리며 니이나의 시선을 피하던 밤비는 돌연 뭔갈 결심했는지 니이나에게 시선을 맞추곤 한번 입술을 살짝 핥곤-이 여자는 이 상황에서 이러면 안된다는걸 정말 몰라서 이러는걸까 하고 니이나는 생각했다-입을 열었다.

“좋아해, 하지만 난 니이나도 똑같이―”

“아니지, 그게 아니지.”

니이나는 밤비의 말을 막았다. 그럴 리가 없단걸 뻔히 아는데, 이런 거짓말을 들어봤자 기분이 좋아질리 없다.

“누누히 말했지만 난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 아니라고. 좋아해-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헤헤 웃는 짓은 안해. 그 좋아해가 거짓말이라면 더더욱.”

“거짓말이 아니야!!!”

“그래, 거짓말 아니겠지. 하지만 ‘똑같이’는 거짓말이잖아.”

“그, 그런거...”

밤비가 시선을 피하자 니이나는 벽을 짚고 있던 손 하나를 뻗어 밤비의 턱을 잡아 올렸다.

“!!!”

“그때도 말했었지. 여차하면 강제적으로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고. 방금 말했지? 그때도 지금도, 난 장난치는 거 아니라고.”

“니이나 그만해!”

밤비는 니이나의 가슴팍을 세게 밀었다. 나름 필사적이었겠지만 크게 효과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순순히 니이나는 손을 떼곤 한걸음 물러나고 있었다. 니이나가 쉽게 물러나자, 되레 당황한 밤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곤 니이나를 바라봤다.

“지금 누구 생각했어?”

“어?”

“아라시씨 아니야? 또 아라시씨가 와서, 그때처럼 구해주길 바란 거 아니야?”

“니이나, 왜 이러는 거야?”

니이나는 고개를 들어 밤비 등 뒤의 창밖을 흘끗 바라봤다. 아무도 없다. 다시 니이나는 시선을 돌려 밤비를 바라봤다.

“그거 알아?”

“...뭘?”
“나, 아라시씨랑 당신이 졸업하고, 노력했다고. 당신이 아는 것보다 강해졌어.”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밤비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후우, 니이나는 잠깐 말을 멈추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곤,

“그래서 이런 것도 가능하지.”

“에, 꺄악?!”

날쌔게 건 발에 밤비는 몸이 반바퀴 부웅, 공중에서 돌았다.
눈을 떠보니, 이미 바닥에 몸을 눕히고 있었다. 머리는, 니이나가 손으로 바치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큰 충격은 오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받쳐 주고 있기에, 자연스레 누운 몸 바로 위엔 니이나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은 누구 생각해?”

“니, 니이나 비켜..”

“아직도 아라시씨?”

니이나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왔다. 귓가에 숨소리가 들려오자 밤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입술이 살짝 닿았다가 떨어진 것 같았다, 아니 입술이 닿은건지, 아니면 좀 더-다른 것, 혀가, 핥은 건지도 모르겠다. 밤비는 눈을 꼭 감고-스스로도 후회하는 점 중에 하나였다.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기분이었으니까-몸을 움츠렸다.

“내가...”

다시 귓가에 니이나의 목소리가 숨결과 함께 느껴졌다.

“내가, 당신이랑...아니, 아라시씨랑 같은 나이였더라면...”

“니이나...?”

밤비는 살짝 눈을 떴다.

표정.

니이나의 표정이, 옆쪽으로 눈에 들어왔다.

옆얼굴에서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표정이 그렇게 눈에 들어와 버렸다.

“당신은, 아라시씨말고 나를 생각해줄까?”

그 표정. 몰랐으면 좋았을 모든 감정이 떠오른 그 표정에 밤비는 숨을 삼켰다. 모르는 사람..아니 모르는 남자 같았다. 밤비가 그 표정에서 느낀 것은 무서움이었다. 언제나 알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손도, 몸도, 전부 자신보다 크다. 그제야 밤비는 깨달았다. 언제나 어린 후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억지로 알게 된 사실, 그걸 고스란히 담고 있는 니이나의 옆얼굴이 무서웠다. 하지만...동시에, 그 표정이 너무나 슬퍼보여서 밤비는 자신도 모르게 니이나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니이나-”

그러나 그 손은 니이나에게 닿지 않았다. 닿기도 전에 니이나가 벌떡 일어난 것 이다.

“나, 갈래.”

“에?”

“아라시씨랑 같이 돌아가. 아라시씨한테는 급한 일 생겨서 먼저 갔다고 전해줘. 그럼.”

니이나는 그대로 밤비를 보지 않은 채로 유도부실을 나가버렸다. 한번이라도 돌아봤다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로 자신을 쳐다보는 밤비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때 밤비는 확실히 다른 누구도 아닌 니이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라시가 도착한 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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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라시는 오오사코를 만나고 왔다는 설정임다...

다시 효시님께 삼보일배로 사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