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합숙의 밤
카페 로즈퀸 등업기념 효시님 리퀘스트로
등장인물과 대사를 리퀘스트받아 끼워맞추는 팬픽 리퀘스트였음.
리퀘스트 받은 등장인물
코우이치, 니이나, 히무로
리퀘스트 받은 대사
“왜 하필이면 선생님이죠?!”
“나만으로는 부족한거냐!”
"정말 좋아해요-선배.”
*본편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이 있으니 열람시 주의 요망.
문화제 전 주말.
하바타키 고교의 문화제 연극팀은 총 연습 겸 합숙을 진행하고 있었다.
“틀렸다! 사쿠라이 코우이치! 그 대사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좀 봐달라고 히무롯치-이딴 대사 어떻게 진지하게 외우냐고...”
합숙 총 책임자는 하바타키 학원 안드로이드 히무로 레이이치. 학원제 연극은 다름 아닌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로미오역에 ‘그’ 사쿠라이 코우이치, 줄리엣으로는 현 하바타키 고교의 내정된 퀸인 통칭 밤비 양이 정해진 상태였다. 모두들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라 미녀와 야수 아니냐며 수근거렸지만 로미오가 뽑히는 과정이 한없이 투명하고 공정했던지라 누구도 대놓고 불만을 표현하지는 못했다. 처음 줄리엣이 추천으로 뽑혔고 그 후에 정해지는 로미오가 아무래도 경쟁이 과열되어 치열했던 터라 로미오 역은 남녀불문(!) 뽑기로 진행되어 정해진 것이 바로 사쿠라이 코우이치였던 것 이었다. 여기서 로미오인데 남녀불문이 된 이유는 모 학급의 하나츠바키 양이 강력히 원하여 그렇게 된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안타깝게도 그 하나츠바키 양은 로미오를 뽑는데 실패했지만.
“코우이치 씨-난 진지하게 외울 수 있는데, 그럼 로미오 나 할-”
“어이...가 아니라 주, 줄리엣. 그, 뭐냐...손이 한일을...이, 이, 입술도...어-하게 해주쇼..아니 주옵소서?”
“씹기냐고!”
그리고 여기,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로 주역 둘을 맴도는 한 마리의 가련한 늑대. 니이나 쥰페이가 있었다.
“잠깐 머큐시오! 네 등장 차례가 아니다!”
“히무로 선생님-난 로미오 대사 완벽하게 외웠다구요! 봐요,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대역은 공정하게 추천 및 뽑기로 진행된 바, 임의로 변경 할 수 없다.”
“나도 알고는 있지만...”
머큐시오 역의 니이나 쥰페이.
이미 학원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미련을 버릴 법도 했건만 그의 의지는 꺾일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하다못해 머큐시오가 아니라 티볼트였다면 좋았을걸.”
로미오에게 싸움을 걸수도 있을뿐더러 실제 극중에선 나오지 않지만 무려 이 학원제 연극에선 티볼트가 죽으면 줄리엣이 달려와 무릎베개(!)를 해준 채로 티볼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미오가 안된다면 티볼트라도-하는 생각으로 뽑기를 노렸지만 니이나에게 돌아온 것은 로미오의 사촌 머큐시오역. 줄리엣과는 백억 광년은 떨어진 역이다. 참고로 그 로미오 다음으로 인기를 누리던 티볼트 역은 다름 아닌 사쿠라이 루카가 발탁되었으나 이번 합숙은 알바로 인해서 미참가. 오전에만 있다가 귀가한 참이었다.
“니이나 군! 나갈 차례야!”
멍하니 딴 생각을 하고 있던 니이나의 옆구리를 황급히 스탭 하나가 찔렀다. 무대에선 티볼트의 임시 대역으로 뽑힌, 본래는 마을사람 1역의 타이라 켄타가 멀뚱히 서있었다.
“니이나 쥰페이!”
“네네...”
히무로의 호통에 슬렁슬렁 니이나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심정으로는 저 대역마저 탐나고 있었다. 아-밤비쨩의 무릎 배게는 기분 좋을 테지...배경 엑스트라 주제에 운 좋게 대역이 걸려선...부럽다 저 선배...
대강 칼부림을 해 준 뒤 티볼트에게 찔린다. 로미오가 달려나와 티볼트와 싸운다. 아 정말 부럽다 저 둘...니이나는 무대에서 널부러진 채로 그 둘의 싸움을 올려다 봤다.
“감히 머큐시오를-그 뭐냐-그래 어이, 좋은 배짱이다. 해보자고 이녀석!”
“히익?!”
“티볼트를 겁주지 마라 사쿠라이 코우이치! 그리고 왜 겁을 먹는거냐, 타이라 켄타! 티볼트가 로미오에게 겁을 먹으면 어쩌란거냐!”
그 전에 대사도 전혀 틀렸고! 아아-내가 로미오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니이나는 무대에 널부러진 자세 그대로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지금 뭐하는거람.
“안되겠네요, 일단 무도회 씬부터 다시 연습하죠. 히무로 선생님?”
“일동, 무도회 씬이다!”
총괄 대본 감독인 학생이 넌지시 히무로에게 말을 꺼내자 즉시 씬은 가면 무도회씬으로 바뀌었다. 무도회 씬은 남성 인원이 총 동원되어 왈츠를 추는 대형 씬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이외의 남성 출연자들의 상대역은 댄스 동아리에서 맡아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합숙에 댄스동아리는 참가하지 않았으므로 이번 합숙에선 적당히 여성엑스트라나 각자 짝을 맞추어 왈츠를 연습하기로 했는데,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선생님이죠?!”
“나만으로는 부족한거냐!”
“부족하다의 문제입니까!”
운 나쁘게도(?) 니이나 쥰페이의 임시 상대역은 무려 히무로 선생님이 된 것이었다.
“하는 수 없지 않나, 현재 여성 출연자가 모자라니 이렇게라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왜 하필이면....그냥 혼자서 출게요...”
머큐시오와 캐퓰렛 백작이 무도회에서 왈츠...웃기지도 않는다. 이건 비극으로 끝나는 연극이라고. 희곡이 아니라니까. 차라리 혼자 빙글빙글 도는 편이 백배는 낫다.
“사양할 것 없다. 니이나.”
“사양하는게 아닙니다만...”
하아, 싫다 이 연극. 정말 싫어.
그렇게 합숙의 첫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깊어진 밤, 모두 체육관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니이나는 바람을 쐴 겸 몰래 빠져나와 중정을 거닐고 있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이런 합숙, 나도 그냥 알바 핑계대고 빠지는 건데. 밤비 쨩이 코우이치 씨에게 대본 연습 시킨답시고 붙어있는게 맘에 들지 않았다. 그걸 보고 안절부절하는 자신은 더더욱 맘에 들지 않았다.
“후우~그냥 연극따위 나오지 않는건데.”
그냥 이런 뒷 배경 따위 모른 채로 무대 위의 아름다운 모습의 밤비 쨩을 지켜보는 편이 백배는 더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생님...”
“....키면....려고...왜....”
그렇게 혼자 있을 곳을 찾아 헤매는 니이나의 귀와 눈에 무엇인가가 포착되었다.
‘이크, 사람인가.’
황급히 턴을 하여 사라지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니이나의 주의를 끈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남녀 한 쌍이라는 것 이외에도...
‘히, 히무롯치?!’
목소리의 남성쪽 주인공은 바로 그 안드로이드 히무로 레이이치였던 것 이었다.
‘이, 이러면 안돼...돌아가자, 진정하고...천천히 뒤로....’
가야, 하는데...이것은 대체 뭘까? 이 금단의 비밀을 코 앞에 둔 것만 같은 이 상황은. 히무롯치가 여자와 몰래 밀회중?! 그것도 이 학교 안에서?!
‘가, 가야하는, 데...’
하지만 니이나의 의지를 몸은 배신한 채로 자신도 모르게 니이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어두운 중정의 나무 뒤로 바짝 붙어서 선 것이었다.
“힘들진 않으세요?”
“아아. 걱정할 것 없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만나자고 하다니.”
“하지만...선생님이 보고싶어서-”
‘선생님이 보고싶어서?!??!?!’
“크, 크흠! 이름으로 부르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죄송해요-역시 아무래도 익숙해지질 않아서...레이이치..씨..”
“크흠!”
진짜다! 이건 레알이다! 니이나 쥰페이(18세) 학교에서 로봇이라고 소문난 선생님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다!!!
‘이...이건 특종감이야...’
침을 꿀꺽 삼킨채로 니이나는 슬쩍 그 여성을 보려고 애썼다. 도대체 어떤 여성이기에 저 딱딱한 히무롯치를 저렇게 만드는것인가! 안타깝게도 어둠이 가득하고 히무로에게 가려 잘은 보이지 않았, 지만...않았지만....
‘저...저 사람은?!’
“하지만 역시 민폐였나보네요. 아무래도 들키면 여러모로 복잡해지겠죠?”
서, 선배?!?!?!?
히무롯치에게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저 실루엣은 어딜봐도 밤비 쨩이 아니던가! 단발에 아담한 체구, 저 말투...! 아무리 생각해도 밤비쨩이라고 밖엔 볼 수가 없었다! 충격에 무너져 내릴 것같은 다리를 있는 힘껏 정신을 집중해 지탱했다.
‘서, 선배가...히, 히무롯치랑...?!’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는 것이었다. 사쿠라이 루카도, 사쿠라이 코우이치도 아라시 씨도 아닌 히무롯치라고?!
다리 뿐만 아니라 머릿 속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충격에 니이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 이걸 뭐라고 해야하는거지...이게 무슨 상황인지...나는 뭘 하고 있는거지 뭐야 이게 대체 뭐지? 뭐라고 해야하는거지 이 상태를-”
“멘탈 붕괴?”
“맞아! 바로 그거야-에, 아니 어라...서, 선배?!”
“니이나. 뭐하는거야 이런데서?”
앞이 깜깜해져서 후들거리며 나무를 부여잡고 있던 니이나의 눈 바로 앞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밤비였다.
“에, 어, 어, 어째서? 어느새?!”
“니이나가 안보여서 찾으러 왔지. 니이나야말로 뭐하는거야, 이런데서.”
“하, 하지만 선배는 방금 전까지 히무롯치랑-!”
“나랑, 뭐지?”
“히, 히, 히무롯치?! 어느새?!”
어느새 부여잡고 있던 나무 뒤에 바로 히무로 레이이치가 와 있던 것이었다. 그야 그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들키겠지만, 니이나에 눈에 들어 온 것은 그 외에도 다른 것이었다.
“어, 어라...밤비 쨩이 둘...?”
히무롯치의 뒤에 서있는 밤비쨩과, 자신의 앞에 서있는 밤비쨩.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 니이나의 머리가 작동을 멈추기 직전, 히무롯치의 뒤에 서있던 밤비쨩이 한발 앞으로 나왔다.
교내에서 비추는 어슴푸레한 불빛 사이로 자세히 보니, 그녀는 외향이 뭔가 매우 밤비쨩과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안녕, 하바타키 학생이지? 히무로 선생님네 학급?”
“네, 네...아, 아니요 그건 아니고-”
“학생은 맞지만, 히무로 선생님의 반은 아니예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니이나를 대신하여 밤비가 대답했다. 히무로는 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그녀를 향해 어째서인지 해명하듯 말했다.
“미나코. 나는 올해 담임을 맡지 않았다.”
“아, 그랬죠-참.”
그녀는 살폿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자신의 눈은 틀리지 않았어-하고 니이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외향 뿐만 아니라 어딘가 분위기마저 밤비쨩과 닮아있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도 하바타키 졸업생이야. 히무로 선생님의 제자였어.”
“안녕하세요, 3학년인-”
“알고 있어, 밤비쨩이지? 히무로 선생님한테 들었어. 줄리엣을 맡았다고. 로즈퀸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아니요, 줄리엣은 맞지만 로즈퀸 까지는-”
“겸손하긴, 그건 그렇고 학교도 많이 재밌어졌네. 나때는 로즈퀸같은건 없었는데.”
그리고 그녀는 니이나를 바라봤다. 작동이 멈춘 니이나의 옆구리를 밤비가 쿡 찌르자 니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2학년의 니이나 쥰페이입니다.”
“아-아? 니이나 쥰페이?”
“네, 네..”
“아...혹시, 케이 군...하즈키 케이한테 팬레터 쓰지 않았니?”
“아? 네? 어떻게 그걸...”
더 이상 패닉에 빠지면 니이나는 기절해버릴지도 모른다. 왜 그걸 이 사람이?
“아아..나 케이 군이랑 친군데, 케이가 열혈 팬이 있다면서 말한적이...”
“하즈키 케이씨가 말입니까?!?!? 저를?! 어떻게 말했죠?!”
“에..에엣? 그, 그게 그냥 저기-”
그녀는 조그맣게 사실대로 말해도 되는건가 라며 중얼거렸지만 광분한 니이나의 귀엔 더 이상 그런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거기까지다, 니이나 쥰페이. 그리고 미나코.”
“아, 죄송해요.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런게 아니다. 이미 시간이 늦었다. 지금도 충분히 늦었는데 더 있다간 곤란해. 어서 돌아가라.”
“네, 그럼 내일 뵈요.”
“아아. 아니, 정문까지 바래다주지. 거기 둘. 어서 체육관으로 돌아가도록.”
미나코 씨는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그럼 안녕히-하고 말 한 뒤 히무롯치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귀여운 분이네. 히무로 선생님 여자친구겠지? 제자와 사귀다니 히무로 선생님도 의외로 로맨틱한 면이 있었구나.”
“아, 아아...”
정말 한순간에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난 니이나의 머릿속은 아직까지 정리가 안 되어있었다.
“니이나?”
“아? 아아, 응. 좀, 의외네.”
“그치? 아-빨리 가자. 히무로 선생님보다 늦으면 혼날테니까.”
정신 못차리는 니이나를 밤비는 옷을 잡아끌어 체육관으로 향했다.
“선배는-”
“응?”
“선배도, 히무롯치같은 연상의 남자가 좋아?”
“응? 무슨 소리야 갑자기?”
문득 매우 닮은 꼴인 미나코 씨가 히무롯치를 좋아한다면, 밤비쨩도 그러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니이나였다.
“역시 남자는 어른인 편이 더 끌린다던가.”
“응 확실히, 좀 어른스러운 사람을 보면 두근거리긴하지.”
“그, 그래?”
아아-역시 그런건가...어머니 왜 날 이렇게 늦게 낳으셨나요. 니이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밤비쨩보다 일찍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무슨 소리야, 니이나?”
“당신이 어른인 편이 좋다면 한 살이라도 많은 편이-”
“난 어른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어른스러운 사람을 좋아하는거야.”
그 두갠 달라-하고 밤비는 단호하게 말했다. 여전히 니이나를 질질 잡아끌어 체육관으로 가면서.
“그리고.”
“응?”
“난 니이나도 충분히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는데.”
“......!!!”
우뚝, 순순히 잡아끌려 가던 니이나의 발걸음이 멈췄다.
“니이나?”
의아한듯 밤비가 바라보자, 니이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좋아해요-선배.”
“응?”
“난 선배 그런 점이 정말 좋아.”
니이나의 말을 듣자 밤비도 방긋 웃으며 니이나를 바라봤다.
“나도 니이나의 이런 점 좋아해.”
“선배...!”
그리고 니이나가 감격에 가득 찬 그때.
“그러니까 빨리 체육관으로 돌아가자.”
“에엣?”
그런 반응이 나올 타이밍?!
하지만 뭐, 이런 밤비쨩도 포함해서 난 정말 좋으니까!
니이나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하바타키 고교의 합숙의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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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코우이치가 나왔지만 거의 엑스트라인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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