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고 그래서 이게 무슨 상황인거져? 라고 물어도 대답할수가 읍뜸....................
왜냐면 나도 모르니까(...)
“시타라 선배.”
“선배가 치는 피아노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시타라 선배의 피아노 저 정말 좋아해요.”
“좋아해요-좋아해요, 시타라 선배.”
“나는-”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
“도련님?”
정신이 들면 나는 차 안에 있었다. 아아,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봄이라 그런지 나른하다. 파리에 온지도 벌써 몇 년 째인지, 가물가물한 기분이다. 잠에서 덜 깬 건가 유난히 차 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가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이미 익숙해지고도 남았으련만.
“저어, 도련님?”
“아아.”
또 멍하게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보니 뭔가 꿈을 꿨던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차에서 내린 후 흘끗 본 우체통에 무언가 와 있어서 집어 들곤 집으로 들어간다. 일본에서 온 편지다. 요즘 시대에 이메일이 아닌 편지를 보내는 바보는 하나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뭐, 이메일로 보내봤자 내가 답장을 잘 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TAMAO KONNO...”
별로 읽고 싶지 않은 기분이 스멀스멀 몰라온다. 하지만 그럴수도 없으니 지익-하고 대강 윗부분을 뜯다가 조금 편지지도 찢어버렸다.
“......”
이미 짐작하고도 남은 편지지의 내용을 현관에 선 채로 그대로 한번에 읽어 내린다. 두 번 읽는다고 내용이 변할 리도 없으니 그저, 한 번 읽은 후 협탁에 놓곤 피아노 앞에 가서 앉았다.
디링-손가락이 건반으로 떨어지고 힘없는 소리가 튀어나오고 그 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조금 전 차 안에서 꿨던 꿈이 머릿속에서 퍼져나갔다.
‘선배-시타라 선배.’
도-
‘선배가 치는 곡은 뭐든 좋은 것 같아요.’
레-
'선배의 피아노, 좋아해요.'
미-
‘좋아해요, 선배.’
파-
‘시타라 선배-’
솔-
‘시타라 선배 하지만...’
라-
‘하지만 저는-’
시-
‘죄송해요, 시타라 선배.’
다시 도.
그리고 콰광.
제멋대로 내리친 건반에서 소리가 터져나가고, 동시에 기억도 터져나간다.
피아노 건너 창 밖으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일본은 해가 떠오를 시간이려나. 이런데서 조차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에서 손을 뗐다. 어떤 곡을 쳐도 이제 더 이상 들어줄 사람이 이제 없어졌다.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 의미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일이 되면 다시 피아노를 치겠지.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허무함에 미소가 나왔다. 협탁 위에 편지지가 열어둔 창문에서 흘러들어온 봄바람에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