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라 켄타.”
“...? 이번엔 또 뭐야 루카.”
“타이라 켄타라고.”
늦은 저녁, 집에 들어오자마자 매점산으로 보이는 빵 봉지를 들곤 코우이치가 있는 부엌으로 뛰어들어선 루카가 대뜸 짖었다. 그래, 말했다 라기보다는 그 말은 ‘짖었다’에 가까웠다. 일단 인간의 언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니까. 코우이치는 한숨 쉬며 핫케이크를 접시에 담았다. 아아 고기가 먹고 싶다-쇠고기가 먹고 싶어. 하지만 이번 달은 또 어려운 상황인 것 이다. 버터를 바르고 시럽을 뿌려 루카의 앞에 대령하며 코우이치는 빵 봉지를 들었다. 그냥 평범한 빵 봉지다. 유통기한도 지나지 않았고. 식중독도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또 동생 놈을 정신 나가게 만든 것 일까?
“그래, 들어나 보자. 타이가 뭐? 삐뚤어졌어요?”
“타이라 켄타!”
어느새 핫케이크의 반을 입에 우겨 넣으며 루카는 또다시 짖어댔다. 타이라 뭐시기?
“오늘 ‘그 녀석’이 타이라 켄타라는 놈이랑 같이 하교하고 있었다고!”
.......뭐라고?
확실히 그것은 넘겨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코우이치는 자신의 몫의 핫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들쩍지근한 게 기분이 나빠진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적어도 지금의 자신은 전자라고 코우이치는 생각했다.
“죽어가는 나를 살려준 은인이긴 하지만, 그 녀석과 함께 하교라니 그건 용서할 수 없지.”
루카는 자신의 몫을 다 먹어치우곤 은인이니 뭐니 알 수 없는 말을 주절대고 있었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어떤 겁도 없는 장돌뱅이 사내 녀석 하나가 감히 그 녀석과 사이좋게 하교하려 했다는 것. 그거 하나만은 이해 할 수 있었다. 과연,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고맙긴 한데...진짜 죽을 뻔 했으니까 오늘. 타이라 켄타가 없었다면 죽었을 거야.”
혼자 고민에 빠진 듯 한 루카를 내버려두고 코우이치는 마지막 남은 핫케이크 조각을 단숨에 꿀꺽 삼키곤 속으로 조용히 되뇌고 있었다.
‘타이라 켄타라...................................................................누구지?’
분명 루카 말에 따르면 같은 학년 같은데 도통 기억에 없는 이름이다. 그건 그렇고 니이나 쥰페이 이후에 또 겁도 없이 ‘그 녀석’에게 달라붙는 놈이 있다니 누군지 몰라도 멍청하군. 참고로 그 일(공공의 적 in 하바타키) 이후에 니이나 쥰페이는 하바타키 믹스 쥬스만을 수혈 받으며 살아가는 몸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게 어떤 상태인지는 자세히 짚어봤자 머리만 아프니 그냥 대강 넘어가기로 하자.
걸리기만 해봐라, 요절을 내주마. 음침하게 미소짓는 코우이치의 건너편에서 루카는 여전히 생명의 은인과 ‘그 녀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그 날은 빨리 코우이치에게 오게 되었다. 아니 올 수밖에 없었던 게 그 후에 코우이치는 방과 후 매일 교문에 잠복하고 있었으니까. 루카 멍청이는 일단은 은인이기 때문에 한번은 봐준다느니 어쩐다느니 핑계를 대며 빠졌다. 멍청한 동생이여, 그러다가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하는 사람이 되는 거란다. 교문 옆쪽에 몸을 숨기곤 코우이치는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동생에게 속으로 혀를 찼다. 그리고 그때였다, ‘그 녀석’이 옴과 동시에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교문 앞을 방황하던 파리 한 마리가 부웅 하고 단숨에 ‘그 녀석’에게 날아간 건. 뭐야, 저 오징어 땅콩이 설마 타이라 켄타?
“어..안녕?”
“아 타이라군.”
“어...음, 너도 지금 돌아가는거야? 우연이네, 나, 나도 그런데. 같이 안갈래?”
그냥 대본을 읽어라.
코우이치는 어이가 없어져서 그 둘의 대화를 멍하니 들었다. 아까부터 교문 앞을 서성거리더니 우연 좋아하시네!
“응, 같이 가자.”
하지만 ‘그 녀석’은 천사같은 얼굴로 웃으며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이, 잠깐 그건 아니지!
“시, 신난다!”
“하지만 우연이라니 이상하네? 타이라군은 같은 반이잖아?”
“그, 그렇지. 필연이랄까, 고의랄까...아하하하.”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 꼴깝떨고 있네.
참지 못한 코우이치는 성큼 그 둘에게 다가갔다.
“어이.”
“아, 코우이치!”
“으앗 사쿠라이 코우이치?”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코우이치를 보곤 둘 다 화들짝 놀라 바라봤다. 뭐야 자세히 보니 더 오징어 땅콩같다. 이런 녀석이 감히 뭘 노리는 거야? 정말 ‘이게’ 타이라 켄타? 아니겠지?
“혹시 해서 묻는 거지만 혹시 너...”
“어, 나?”
“아, 같은 반의 타이라군이야. 타이라군, 이쪽은 사쿠라이 코우이치.”
“아아, 응 알아.”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타이라를 보며 코우이치는 혀를 찼다. 안되지 안돼. 이런 평범한 녀석이 어딜 감히.
“타이라라고?”
“응? 어...그런데?”
“루카의 목숨을 구해줬단 녀석이 정말로 너냐?”
그래. 하지만 타이라도, 켄타도 흔한 이름이다.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있으니 코우이치는 물었다. 이런 평범한 녀석이 정말로 타이라 켄타냐고. 적어도 저번의 그 니이나 쥰페이 같은 얼굴 하난 멀쑥하게 생긴 녀석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목숨? 아니 난 그냥 매점 빵을 준게 단데.”
“하아?”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니 황급히 ‘그 녀석’이 덧붙여 말한다.
“루카 배가 많이 고팠나보더라구.”
루카 멍청한 녀석.
“어쨌든 고맙다.”
“어? 어어-”
“하지만 고마운건 고마운 거고-”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보실까. 코우이치는 씨익 웃었다. 동시에 타이라 켄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러나 그때...
“어이, 사쿠라이 코우이치!”
젠장, 오오사코쨩...귀찮은게 들러붙었군.
“너, 자만하지 말라고, 우리 사쿠라이 형제가 언제 어디서든 널-”
“어이 코우이치!”
“쳇.”
황급히 몇마디만 덧붙인 뒤 코우이치는 그 자리에서 날라버렸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하며. 그러나 그 후의 상황이...
“코우이치가 정말 고마웠나보다! 타이라군! 일부러 이렇게 고맙다고 말하려고 타이라군을 찾았나봐!”
“아니 뭔가 다른 것 같은데...”
“후후, 루카도 코우이치도 소문과는 달리 모두 좋은 사람들이지?”
“아? 아아..그, 그런...가?”
그리고 코우이치는 집에 가서 루카에게 타이라 켄타가 다시 한번 ‘그 녀석’과의 하교를 시도했다고 알리며 사쿠라이 형제vs타이라 켄타를 선언했다고 알려졌을...지도?
-다음편에 계속?-
제 안의 바보스토커 사쿠라이 형제 전설은 계속됩니다.
하바타키 믹스 주스를 수혈받는 몸이 대체 뭐냐고 물으신다면 하바타키 믹스 쥬스를 수혈받는 몸이라고 밖엔 대답할 길이 없네요.
니이나를 향해 묵념.
제목이 이상하다구요?
...그냥 제가 타이라 처음 공략하고 느낀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