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군님 리퀘스트-시타라X밤비X니이나
도키걸즈 팬카페
주인공등급 기념으로 리퀘스트 받았는데 그 중 리군님 리퀘
'그리고 시츄는~ 밤비를 사이에 둔 니이나와 시타라의 신경전이 보고 싶습니다 (^ㅇ^)/
밤비는 터프한 밤비 설정으로 부탁해요!'
..였는데 뭔가 상당히 다른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쩌다 이런 조합이 된걸까?
밤비는 콜라를 쪼르륵 마시며 생각했다. 그녀의 앞에는 학교 선배인 시타라 세이지, 그리고 학교 후배인 니이나 쥰페이-두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장소는 패스트푸드점. 니이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한명에겐 지독히도 안어울리는 곳이었다.
시타라 선배는 홍차 팩을 앞에 두고 심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한 입 마시곤 우욱, 하며 간신히 꿀꺽 삼킨 참이다. 매번 TGFOP나 SFTGFOP급의 홍차만 마셨을 게 뻔 한 사람에게 패스트푸드점 홍차라니, 미스 오더라구요, 선배.
“밤비쨩, 자. 아~”
“아, 응.”
그런 시타라와는 다르게 니이나는 태평한 채. 포테이토 하나를 집어 밤비에게 내밀며 달콤하게 미소짓는 것이었다. 말려들면 안돼!를 속으로 외치면서도 그 모습엔 자동반사적으로 받아먹고 마는 밤비였다.
“세이지 씨도 그거, 안 먹을 거면 나 줘.”
“이딴거, 맘대로 가져가.”
시큰둥하게 요즘 인기폭발이라며 알바생이 권한 애플파이를 주문한 채로 입하나 대지 않은 시타라는 그것을 순순히 니이나에게 넘겼다. 홍차를 마셨더니 다른 어떠한 것도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밤비쨩, 이거 반반 나눠먹을까?”
헤죽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니이나를 보면서도 밤비는 그 옆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 역시나 점점 표정이 굳어가고 있다. 처음엔 쿨한 얼굴로 별로 이딴거 신경 쓰지 않아! 라고 하는 듯 한 표정이었지만, 시타라의 표정은 시간과 비례해 점점 불쾌, 짜증을 내비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 반 나눴다. 아~해.”
다시 한 번 애플파이를 반 나눠 밤비의 입가로 가져가는 니이나를 드디어 잠자코 불쾌한 표정으로 사태를 관망만 하던 시타라가 막았다.
“그 녀석에게도 손은 있다. 네가 먹여줄 필욘 없어.”
“응? 그건 나도 알지만...자, 이렇게 먹여주면 더 맛있지 않아? 그치? 밤비쨩.”
휙, 동시에 네 개의 눈이 밤비를 쳐다본다. 똑바로 대답해라-하는 시타라의 눈과 그치? 그렇다고 말해!라고 하는 것 같은 니이나의 눈. 밤비는 조금 질린 표정으로 한 숨을 쉬었다.
“...어느 쪽이건 상관없는데.”
“호오, 상관없다?”
꿈틀, 시타라의 눈가가 조금 경련을 일으켰다.
순간 어딘가 오싹함을 느낀 밤비는 슬금,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뗐다. 시타라 선배의 눈빛이 이상하다-밤비의 머릿속 무언가가 경계경보를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상관없는거군? 니이나, 너도 상관없다는 쪽이겠지?”
“아? 어, 상관없다가 아니라 좋다는 쪽 아닐까요...?”
“좋아. 그럼 아 해라.”
“잉?”
곧바로 포테이토를 한 움큼 집은 시타라는 그것을 그대로 니이나의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당황한 니이나가 저항을 하는 듯 했지만 광기어린 시타라의 눈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아아 귀가 먹을 때의 베토벤이 저런 모습이었을까 혹은 귀를 자른 빈센트 반 고흐가 저런 모습이었을까. 광기에 찬 시타라의 눈에는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고 그런 시타라를 바라보는 니이나의 눈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그래, 육식하는 만렙 토끼를 보는 사람의 심정이 그런 것일까, 하여튼 정리를 하자면 상상도 못했던 사람이 이상한 짓을 벌이면 저런 표정을 짓기 마련일 것 이다.
“웁, 스으즈스..업, 읍!”
“자, 어떠냐? 먹여주니까 두.배.는.맛.있.겠.지? 음미하면서 먹으라고? 이, 내가 먹여주는거니까 말이다?”
“스으즈쓰 우업! 즌증! 즌증! 웁컥!”
쉴 틈 없이 입에 쳐박혀가는 포테이토에 니이나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갔다. 그리고 그때였다. 탁, 하고 밤비가 테이블에 음료수컵을 내려놓은 것은.
“둘 다 그만들 하시죠?”
휙, 두 남자의 눈이 밤비에게로 향했다.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린 듯 시타라는 종이냅킨을 집어 기름기 묻은 손을 닦으며 자신도 모르게 밤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당연히 니이나라고 상황은 좋을 것이 못됐다.
“....밤비.”
“븜브쯩.....”
넌 삼키고 말해, 하는 표정으로 찌릿 니이나를 바라 본 밤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람 앞에 두고 뭐하는거죠? 둘 다. 전 이만 실례할게요. 둘만 있는 편이 더 재밌어 보이니까.”
“브으극, 바, 밤비쨩, 잠깐만!”
허둥지둥 남은 콜라로 포테이토를 넘기며 니이나는 일어섰고 시타라 역시 슬그머니 일어나 있었다.
“데려다 주실 필요 없어요. 혼자 갈 수 있으니까.”
“아니 그럴 수는...”
“그럼.”
쌩하니, 찬바람이 불게 밤비는 주저 없이 그 자리를 떠나버렸고 남은 두 남자는 터덜터덜 그 뒤를 쫒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너 때문이다. 니이나.”
“이게 왜 나 때문이에요, 세이지 씨가 폭주만 안했어도!”
“그 빌미를 제공한건 너잖아.”
...저기 다 들리거든요?
앞서 걸으며 밤비는 생각했다. 따라오는 거 티라도 내지 말던가...저게 뭐야 대체.
“그리고 애초에 처음에 만나기로 약속한 건 나였다.”
“...그러니까 문제지.”
“뭐라고 했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니이나가 보기 드물게 홀로 툴툴거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놓고선 계속 들리게 툴툴대지 말라고-하고 시타라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앞서 가는 밤비의 뒷 모습을 보곤 꾹 참았다. 소란 피우면 달려서 진짜 혼자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니까.
“그야 뭐 세이지 씨는 밤비쨩의 선배고...연상이고...뭐 그렇긴 하지만...그렇다고 세이지씨만 그녀랑 만날 수 있단 얘긴 아니고..............”
“혼자 뭐라고 하는거냐, 너.”
“나라고, 연하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
시타라는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니이나를 바라봤다.
“...세이지 씨한텐 지기 싫어.”
“뭘 멋대로 혼자 말하고 있냐.”
뜬금없이 전의를 불태우는 니이나에게 시타라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땅바닥만 바라보며 투둘투둘 걸어간다. 이런 장단에 맞춰줄 기분이 아니다. 아아 귀중한 주말이. 귀중한 시간이.
사실 시타라라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연하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라고? 그럼 난 연상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줄 아나?
아닌 것 같아도 그녀도 나름대로 니이나에겐 연상이라고 은근히 관대하게 넘어가주는 부분이 시타라에겐 거슬리던 참이었던 것이다. 입으로 덥썩덥썩 먹을걸 받아먹질 않나...같이 놀자는 말을 흔쾌히 받아들이질 않나. 그리고 자신이 학교를 떠난 후에도 니이나는 그녀와 같이 1년간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니이나가 없던 1년 동안 시타라도 그녀와 함께 다니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니이나는 그녀를 모르는 채 1년을 보냈지만 시타라는 그녀를 여전히 아는 채로 떨어지게 된 다는 점을 들었다. 누가 뭐라든 어쨌거나 시타라에게 있어서 그건 큰 차이였다.
그리고 밤비는 난감했다.
본인이 다 듣고 있는데서 저러지 말라고.............
“...어쨌거나. 오늘 멋대로 끼어든 건 미안했습니다. 세이지 씨.”
“뭐?”
멋대로 이야기를 종결시켜 버리고 있다?! 시타라는 다시금 휙 니이나를 바라봤다. 역시나 니이나는 나름대로 진중한 표정이었다.
“확실히 내가 어렸어.”
“...뭐 그렇게 말한다면야. 별로 나도 아깐 잘못했다.”
그리고...새초롬하게 사과를 받고나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 본 시타라는 굳어버렸다.
어느샌가 코 앞에 밤비가 와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대로 뒤돌아 서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땅만 보며 걷다가 시타라가 거리를 좁혔겠지-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이나, 호, 혹시?!
“정말이야. 미안해, 밤비쨩. 내가 데이트를 망쳐버려서.”
이건,
이건,
이건?!
진중한 표정 밑바닥, 시타라는 보았다.
사악한 너구리의 미소를.
이런 식으로 점수 따기냐?!
“반성했으니까, 괜찮아. 잘했어-니이나.”
밤비가 생긋 웃어버리고, 시타라는 뜨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그녀에겐 닿지 않았다.
아냐, 아니라고! 그 녀석 연기하고 있는거라고!
어버버버버버 당황하면 말도 잘안나오는 법. 어느샌가 밤비와 니이나는 시타라를 남겨둔 채로 걸어가버리고 있었다.
“너, 너희들 기다려?!”
황급히 따라가는 시타라와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니이나였다.
그리고 밤비 또한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뭐...니이나의 속이 뻔하긴 하지만. 시타라 선배의 저런 당황하는 모습, 귀여우니까 가끔씩은 봐주는 것도 괜찮겠지.’
역시 최종보스는 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