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어야, 그럼 그렇지.
아라시 씨와 그 선배의 계략에 빠져 유도부에 들어 간 후, 나는 유도부에 대한 이야기를 반 친구에게 들을 수 있었다.
하바타키에는 원래 없던 유도부를 아라시 씨와 그녀 둘이서 만들고, 여기까지 해왔다, 그런 건가. 하긴 처음부터 그 둘의 관계가 단순히 매니저와 부장의 관계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뭔가 더……유대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낯간지러운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듯 한.
거기서 아~그렇구나, 라고 하고 끝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괜한 오기가 생겼다, 아라시 씨에게.
나도, 하바타키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녀와-아마도 알게 되기 시작한 시기는 아라시 씨와 비슷하다고, 오히려 학교 안에서가 아니라 우연히 만났다는 점에선 더 굉장하지 않아? 하는 쓸데없는 오기? 이런걸, 뭐라고 부르더라. 잘 모르겠지만...질시? 투기?...는 아니고. 어쨌든 그런 감정이 생겨나버린 것 이다.
“니이나, 제대로 좀 하라고.”
“네네~.”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로 하자. 더 할 것 같지도 않고.”
아라시 씨는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스포츠 드링크를 주문했고 눈 깜빡할 사이에 그녀는 아라시 씨와 내 몫의 스포츠 드링크를 내밀고 있었다. 역시 대단해. 원래 저렇게 대단했던 걸까 아니면 아라시 씨가 저렇게 만든 걸까. 아, 또 뭔가 울컥 했다.
뒷정리를 순식간에 끝내버린 그녀는 집에 일이 있다며 먼저 가겠노라 고했다.
“아, 그러면 내가 도중까지……”
“괜찮아 니이나군. 오늘은 카렌하고 미요가 기다려준다고 해서.”
단칼에 잘려버렸습니다. 아 울고 싶어라, 이렇게 고민도 없이 잘라버리는 건 역시 첫 만남의 탓일까.
“조심해서 가.”
건조한 아라시 씨의 작별인사에 그녀는 조금 쓴 웃음을 짓곤 나갔다. 아아-정말! 아라시 씨는 이런데서 안 된다고!
“아라시 씨.”
“응?”
“아라시 씨는 저 사람, 어떻게 생각해?”
“저 사람? 아아, 저 녀석 얘기하는 거야?”
창문으로 총총히 멀어져가는 그녀가 보인다. 아라시 씨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덩치는 산만한 주제에 안 어울린다고, 그런 아기 곰 푸우 같은 행동. 어느 쪽이냐면 야생의 흑곰이잖아 아라시 씨는.
“좋은 매니저?”
“그게 다?”
“좋은 녀석?”
“그것 뿐?”
끈질기게 묻는 나에게 아라시 씨는 컵으로 머리를 가볍게 쳤다. 퉁, 퉁, 하고.
“뭐야, 니이나. 쓸데없는 거 묻지 말고 연습이나 제대로 해.”
가볍게 쳤지만 꽤 아프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나, 니이나 쥰페이가 아니지.
“정말 그 이상의 감정 같은 건 없는 거야?”
“으음, 그런가. 모르겠는데. 그 이상의 감정이란 게 뭐야?”
“그러니까, 사귀고 싶다던가! 내 여자로 하고 싶다던가!”
“내 여, 엥?”
아라시 씨가 보기드믄 동요를 보인다. 좋았어, 이 틈을 치고 들어가는 거야!
“그도 그렇잖아? 저 사람, 귀엽고 인기도 많고! 여기서만 있을 그릇이 아니라고! 그런데도 이런데서 매니저나 하고 있다는 건, 혹시 둘 이미…….”
“이런데서 라니,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트레이닝 목록이나 챙겨, 니이나.”
“아닌 거야?”
아라시 씨는 조금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내 두 눈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럴 리가 없잖아, 하고 대답하며 트레이닝 목록을 건넸다.
내가 만약, 아라시 씨의 조금 빨개진 귀를 눈치 챘다면 그때 그렇게 실없이 웃으며 안심하고 끝내진 않았을 텐데.
“아 그리고 내일은 좀 일찍 와. 올해는 합숙을 할까 생각 중이니까. 그에 대해서 의논할 것도 있고.”
“네네.”
“대답은 한번만 해!”
“네에~.”
먼저, 문을 닫고 나온 부실 안쪽에서 아라시 씨가 뭔가 ‘그야 좀 귀엽긴 하지….’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지만, 나는 확답을 들었다는 생각에 싱글벙글 신경 쓰지도 않고 그대로 집으로 향해버렸다.
아라시 씨에겐 지지 않는다고!
…근데 뭐에?